S STORY
정교한 방사선치료로
암 완치율 높이고 삶의 질 지킨다
방사선치료의 명장 이창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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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란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암을 치료하는 건가요?
방사선은 쉽게 말하면 빛의 일종으로, 에너지를 가진 입자 혹은 파동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이 입자 또는 파동의 흐름이 공기나 물, 인체와 같은 매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발산되는데, 이러한 고에너지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 방사선치료입니다. 이때 암 주변의 정상 세포도 방사선의 영향을 일부 받지만, 암세포에 비해 회복 능력이 좋기 때문에 적절한 선량으로 분할치료를 하면 대부분 치료 후 회복됩니다. 또 암을 중심에 놓고 여러 방향에서 방사선을 조사하므로 암에는 방사선이 집중적으로 들어가고, 암 주변 조직에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치료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요?
방사선 발생 장치의 위치에 따라 체외 방사선치료와 근접 방사선치료로 나뉩니다. 체외 방사선치료는 몸 밖에 있는 방사선 장비를 이용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암종에서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사선치료입니다. 체내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체내에 삽입하는 방법이며, 전립선암에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담긴 침(seed)을 전립선에 삽입하는 브라키테라피, 자궁경부암에서 일정 기간 질 내로 방사성 기구를 삽입하는 자궁강내 치료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방사선치료는 완치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에 받는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실제 방사선치료는 어떤 목적으로 시행되나요?
크게 완치 목적의 치료와 증상 완화 목적의 치료로 나뉩니다. 폐암을 예로 들면, 조기 폐암에서 고령이나 전신 상태 등을 이유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 완치 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이 가능한 1기에서 3기 초의 환자들은 암이 혈관이나 흉벽에 붙어 있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때 방사선치료로 잔존 부위를 제거한 후 항암치료를 시행해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폐암에서는 1차 표준치료인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를 시행한 후 면역항암제를 추가로 사용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암의 종류와 병기, 환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완치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단독으로, 또는 수술이나 항암치료와 함께 시행합니다. 한편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4기 폐암에서는 암으로 인한 통증이나 불편을 다스리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초기 암이라지만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치료만 받아도 괜찮은 건지 불안해하는 환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암을 가장 확실하게 제거하는 방법은 수술이지만, 일부 암종에서는 방사선 단독 치료로도 수술과 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조기 폐암의 경우 수술과 방사선치료의 재발률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습니다. 방사선치료는 치료 시 통증이나 체력 소모가 수술에 비해 훨씬 적고, 치료 범위와 방사선의 영향을 받는 주변 정상 조직의 범위, 합병증 발생 확률 등을 정교하게 계산한 뒤 치료를 시행하므로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고령의 암 환자가 많아지고 있어서 향후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들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립선암 환자의 3분의 1은 수술, 3분의 1은 체외 방사선치료, 3분의 1은 브라키테라피를 받고 있습니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적다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겠습니다.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을 깨끗하게 제거하면서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입니다. 두경부암, 식도암, 폐암 등 여러 암에서 수술로 인해 외형이나 기능에 심각한 손상이 우려될 때 항암제와 방사선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기능을 보존하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구 주변에 발생한 상악동암은 방사선치료로 안구 적출 없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폐암 수술 시 폐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고령의 환자라면 방사선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5년 전 초기 후두암을 진단받았던 제 환자는 암이 발병한 한쪽 성대에만 방사선치료를 시행해 목소리를 보존했고, 암 진단 후 10년 만에 성악가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토모테라피, 사이버나이프, 로보틱 IMRT 등 방사선치료 용어가 다양합니다. 이런 치료들은 어떤 특장점이 있나요?
토모테라피는 대표적인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장비로, 360도 회전하는 선형가속기가 나선형으로 이동하면서 암을 단층별로 세분화해 CT를 찍은 후 방사선을 조사합니다. 정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 침샘, 눈, 척수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이 많은 두경부암에서는 주로 토모테라피가 사용됩니다. 사이버나이프는 로봇팔로 크기가 작은 종양에 방사선을 집중 조사해 마치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정교하게 암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로보틱 IMRT는 로봇팔이 1만여 개의 방향에서 자유자재로 방사선을 조사할 뿐 아니라, 치료 시 실시간으로 종양의 움직임을 추적하므로 폐암처럼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종양을 치료하는 데 적합합니다. 연세암병원은 현존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최신 방사선치료 장비를 갖추고 있어서 환자 상태, 질병의 정도에 따라 맞춤형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방사선치료로 각광받고 있는 중입자치료는 어떤 강점이 있나요?
일반 방사선치료는 전자를 가속시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반면, 양성자치료는 양성자(수소 원자의 핵)를,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을 가속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입자 방사선치료는 일정 깊이에 도달하면 에너지를 폭발하듯 발산시키고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서,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입자치료는 기존의 방사선치료나 양성자치료보다 에너지가 훨씬 크기 때문에 세포 살상력이 약 2.5배 높습니다. 쉽게 말해 기존의 방사선이나 양성자치료가 탁구공으로 암을 때리는 거라면, 중입자치료는 골프공으로 때리는 효과입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전립선암의 고정형 치료에 이어 지난 5월에 폐암, 간암, 췌장암에 대한 회전형 치료실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향후 육종, 두경부암 등으로 치료 암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중입자치료는 난치성 암에서 새로운 희망이 될 것입니다.
방사선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방사선치료를 하면 머리가 다 빠진다?
A.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이 닿는 부위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국소 치료입니다. 따라서 부작용 또한 치료 부위 주변에만 나타납니다. 뇌종양이나 뇌 전이암으로 머리를 직접 치료할 경우에는 탈모가 발생할 수 있으나, 폐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 등 다른 부위의 암은 방사선치료를 해도 머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Q. 방사선치료 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한동안 격리하는 것이 좋다?
A. 방사선치료에 사용되는 X-선은 암을 타격한 후 체내에서 완전히 사라지므로 격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핵의학과에서 시행하는 갑상선암의 요오드 동위원소 치료는 체내에 방사성 물질을 주입하기 때문에 차폐된 격리실에서 치료가 진행됩니다.
Q. 방사선치료 중에는 고기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A. 방사선치료 시 식단에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날음식을 먹으면 균 감염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습니다. 건강보조식품, 한약, 버섯 달인 물 등 병원에서 처방하지 않은 특정 식품이나 약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섭취를 삼갑니다. 체중이 잘 유지돼야 치료 효과도 좋고 부작용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포함해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창걸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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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보다 안전하고 완벽한 방사선치료의 길을 찾아 걸어온 방사선치료의 최고 전문가.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환자들을 주로 만나고 있습니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물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 환자를 온전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수술 시 외형이나 기능 상실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환자들을 위해 항암제와 방사선을 적절히 조합해 기능을 보존하는 치료법을 꾸준히 연구, 실행하고 있습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6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