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스토리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우리 아이를 키웠어요


이지은 가족




병원 복도에서 주치의 선생님을 먼저 마주친 지은이는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함께 진료실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선생님과의 즐거운 대화 소리가 진료실 밖까지 흘러나온다.


“여기서 춤을 출 수도 있어요. 노래도 굉장히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명랑함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 지은이와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생님과 즐겁게 대화를 하는 걸 보니 병원에 자주 오시는 건가요?

병원을 무서워하거나 하지는 않나요?


정기검진이 있어서 6개월 만에 임상유전과에 온 것인데, 우리 지은이가 병원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편안해해요

병원에서 자랐다고 해도 될 만큼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지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집처럼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수술이나 병원 생활을 많이 했었나요?


아이가 9개월쯤 급박하게 태어났어요. 보통 9개월이면 아기 몸무게가 2.5kg은 되어야 하는데 1.7kg라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집중 치료실로 들어가서 태어나자마자 두 달 반 동안 병원에 있었죠.

집중치료실에 있는 동안 보니 아기 심장에 구멍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태어난 지 40일 만에 심장 구멍 2개를 메꾸는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수술 후에 일주일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몸무게 2.2kg으로 퇴원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기적으로 계속 병원에 다녔고, 3살이 되었을 때는 내사시 수술을 했어요. 내사시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을 했는데, 그 당시에 걷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사시 수술 후에는 재활치료를 받았고요, 그 이후로도 치료가 단계별로 계속 있었고 병원에서 진행하는 일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정말 명랑하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 같아요. 지은이 기준에는 모든 사람들이 잘생겼대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예쁘고 잘생겼다고 하니까 다들 좋아합니다.

그리고 걸그룹을 특히 좋아하고 동영상을 보면서 춤도 따라 하고 노래도 외워서 부르곤 해요. 음악이 나오면 그 춤이 바로 나오는 정도입니다.

학교도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고, 교회에서는 워십댄스라는 것도 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신이 상상 속의 인물인 것처럼 몰입해서 연기도 하곤 합니다.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 콩트 흉내 내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지은이가 세브란스병원의 선생님들과 진료하는 과정들을 통해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으신가요?


우리 지은이는 세브란스에서 태어나고 여기에서 지금까지 다 케어를 받아왔어요. 그래서 지은이가 기본적으로 세브란스병원을 편안해하는 점도 있고요. 또, 임상유전과를 포함해서 만나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마다 모두 친절하고 잘 대해 주셔서 아이가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고 편견 없이 지은이를 대해주시기 때문에 오히려 병원에 있는 동안 더 즐거워하는 게 느껴집니다. 

 


혹시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과정이나 선생님들 말씀 중에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신생아 시절부터 계속 급하게 와서 수술하고 급박한 과정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그때마다 함께 걱정해 주시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들이 항상 계셨어요.

저희들 입장에서는 정신없고 힘든 일들이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쳐 지나왔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있었어요. 그중에 이름을 기억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기억하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정말 다시 만나고 싶은데 못 뵈는 분도 있고, 지금도 여전히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이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한 것이 아이의 질환을 치료해 주시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지은이를 정말 예뻐해 주시고, 챙겨 주시고, 저희 가족이 힘을 내서 아이와 함께 용기 낼 수 있도록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주시는 부분이었어요.

저희가 병원을 다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과 우리 아이가 만났을까요? 지난 14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을 꾸준히 올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준의 의료진도 있지만,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우리 지은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는 모든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14년 동안 수술과 치료, 재활과 상담, 교육까지 우리 지은이가 자라는 동안 세브란스는 병원을 넘어서 놀이터이고, 학교이고, 집과 같았어요. 지은이는 세브란스와 우리 가족이 함께 키운 아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바라는 점이나 기대하는 점이 있으실까요?

 

세브란스 의사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해주신다는 건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들이 많으니까 우리 지은이에게 도움을 주셨듯이 앞으로도 다정하고 세심하게 챙겨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원뿐만 아니라 아이를 24시간을 돌봐야 하는 게 우리 엄마들인데,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가 좀 예민하고 힘들 때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환아 가족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은데, ‘내가 장애아를 키우고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에는 몰라요. 근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그러면 그때 느끼게 되거든요. 그럴 때 물론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힘내는 얘기를 나누면 조금 용기가 생겨요. 실망하지 않고 부모님들이 힘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가정은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것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에게 오픈했고,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극복하는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제 주변에서 우리 지은이를 함께 키워 주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