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스토리
세브란스에서 찾은 희망, 다현이 가족의 이야기
이다현 가족
궤양성 대장염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특히 소아 환자의 경우 진단 과정이 길어지고, 치료 방법도 제한적이어서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큰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믿을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긴 싸움 속에서도 삶의 질을 지켜나갈 수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다현이 가족의
갑작스러운 발병에서부터 치료와 회복, 그리고 같은 병을 앓는 다른 부모님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그 진솔한 경험담을 들어본다.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질병을 잘 몰랐을 텐데,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처음 아픈 건 6월이었어요. 그때는 세브란스가 아니라 다른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됐습니다. 치료 방향이 잡히지 않으니 부모로서 점점 불안해지고, 마음은 조급해졌죠.
그런 와중에 “세브란스로 가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응급실로 바로 왔고, 의료진은 아이를 보자마자 “바로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입원 후 곧바로 정확한 병명이 나왔고, 그게 바로 ‘궤양성 대장염’이었습니다. 그때의 안도감과 동시에 느껴진 무거운 현실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진단 당시 아이의 염증 수치는 매우 높았고, 혈변이 심각해서 매일 보는 게 힘들 정도였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복통과 혈변이 함께 나타나는 병인데,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혈변을 보는 장면은 그저 무섭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시작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나자 조금씩 증상이 잡히기 시작했고, 지금은 꾸준한 관리와 치료 덕분에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받고 있는 치료는 어떤가요?
경구 면역억제제를 최대 용량까지 사용했지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생물학적 제제를 고민하던 중, 마침 킨텔레스라는 약물이 임상시험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아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나 소분자 제제는 인플릭시맙 한 가지 뿐입니다. 인플릭시맙은 반응이 좋으면 장기간 치료효과가 유지되지만, 반응이 떨어질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약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주치의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한 후 임상시험 약제를 먼저 시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킨텔레스는 성인에서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지만, 아직 소아 적응중으로 식약처 허가가 나지 않아 임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주사를 맞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긴장도 되고 불안했지만, 차츰 복통과 혈변이 줄어드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주사 치료와 함께 꾸준히 약도 복용하면서, 매번 진료 때마다 의료진과 치료 방향을 꼼꼼히 상의합니다. 작은 변화라도 느껴질 때마다 ‘이 치료가 우리 아이에게 맞는구나’라는 확신이 조금씩 생깁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신뢰를 갖게 된 이유나, 의료진들에게 고마웠던 점이 있다면요?
이전에 다녔던 병원도 어린이병원이었지만, 세브란스에 와보니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이곳은 아이 진료가 훨씬 세분화되고 전문적이었어요. 이전 병원에서는 성인과 어린이 구분이 느슨해, 아이에게 맞춘 설명이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세브란스에서는 병의 진행 과정,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종류, 치료 단계를 1·2·3단계로 나누어 아주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치료 계획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졌고, 치료 과정이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아이 상태가 심각했던 어느 날, 진료 후에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신 일이었습니다. 집에 돌아간 뒤 아이가 괜찮은지 다시 확인해 주셨는데, 그 마음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환자를 병원 안에서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간 후까지 걱정하고 챙겨주신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소아소화기영양과 이은주 교수님과 함께
같은 증상의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궤양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두려움이 큽니다. 처음 병명을 들었을 때는 실감이 안 났고, 금방 좋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치료가 길어지고 생활이 바뀌면서 마음이 힘들어지더군요.
세브란스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어 주십니다. 의료진이 직접 강의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있어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 다른 가족들을 만나면서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다 같이 극복하자’는 용기를 얻었죠.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다현이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만성 질환 치료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셔요. 병을 앓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힘든 치료 과정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 에너지가 회복의 과정에 큰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 저희 가족처럼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모든 분들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끝까지 희망과 웃음을 지켜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환우회에도 가입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환우회에서는 24시간 언제든 질문과 답변이 가능합니다. 200명이 넘는 회원이 있고, 성인 환자와 아동 환자 보호자의 대화방이 따로 운영돼 필요에 따라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급한 상황에도 곧바로 답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환우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제가 가입한 환우회는 ‘UC사랑회’라는 궤양성 대장염 환우회입니다.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환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이고 모두가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이예요. 활동하시는 분들은 자원봉사로 활동하시고, 궤양성 대장염과 관련한 다른 나라의 논문도 직접 찾아 번역해주시는 등 이 병에 대해 알리고 도움을 주는 모임입니다.
제가 그랬듯이 활동기 증상으로 힘들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이 병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가입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매년 오프라인 정기 모임도 있고 카카오톡 오픈카톡방, 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힘들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함께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환우들이 함께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진료 과정에서 고마웠던 일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요?
솔직히 아쉬움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의료진 모두가 너무 친절하고, 세심하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마치 친척을 만난 듯한 친근함과 다정함이 느껴졌습니다.
진료 때도 “이 병은 고칠 수 없는 희귀병이지만,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시며, 관련 자료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고, 그만큼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어, 10년 전보다 훨씬 다양한 치료제가 나왔다고도 알려주셨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킨텔레스 임상도 복통이 많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어, 이 약이 계속 잘 맞아 앞으로도 치료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20주년을 앞두고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저희처럼 아픈 아이를 둔 가족들에게 ‘밝음’과 ‘희망’을 주는 곳입니다. 처음 병원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환하고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의료진의 친절한 미소는 치료 과정에서 큰 힘이 됩니다.
저희 아는 친구도 암으로 세브란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친구처럼 연락하며 소통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진심 어린 관심과 배려가 있었기에, 아이와 가족 모두 병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병원으로 계속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