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스토리
위기의 순간, 함께 건너온 시간
유희림 가족
건강하게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면,
부모의 마음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하다.
더군다나 그 병이 흔치 않은 중증 질환이고,
빠른 판단과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혼란과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10남매 중의 막내이자 19개월 된 희림이도 그런 과정을 겪었다.
평범하던 일상은 갑작스럽게 응급 상황으로 바뀌었고,
진단은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위중한 상태'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적절한 시점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의료진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 그리고 헌신적인 치료 덕분에
희림이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위급했던 순간부터 회복까지의 여정을 함께한 희림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병원과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는지를 느껴볼 수 있다.
희림이의 나이와 병원에 오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희림이는 지금 19개월이고, 병원에 처음 왔을 때는 15개월이었습니다. 10남매 중에 막내예요. 평소에는 큰 문제 없이 건강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장염 증상처럼 구토를 하더니 상태가 금세 안 좋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동네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왔지만, 저녁이 되자 아이가 기운 없이 축 처지고 반응도 느려졌어요. 이상하다는 생각에 급하게 근처 응급실을 찾았고, 검사 결과 간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습니다. 처음엔 기계 오류일 수도 있다고 해서 재검을 했는데도 결과는 같았고, 의료진이 간 기능에 중대한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심한 경우 간 이식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는 걱정과 공포 속에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곳에 문의를 했지만 상황이 급박했기에 쉽지 않았고, 감사하게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받아주셔서 바로 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으로 와서 어떤 치료를 받게 되었나요?
병원에 도착한 다음 날, 긴급하게 간 이식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아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고, 결국 엄마인 제가 직접 간을 이식해 주기로 했습니다. 간을 이식 수술을 받고, 다행히 저는 큰 문제 없이 금방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희림이는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해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컸고, 외부 활동이나 사람 많은 곳은 한동안 피해야 했어요. 그럼에도 수술은 잘 끝났고, 이후 회복도 생각보다 빨라서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학제 진료’를 받고 계신 걸로 아는데,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다학제 진료를 받으시면서 느낀 점이 있으셨을까요?
저는 다학제 진료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일반 병원에서는 각각의 과를 따로따로 방문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어린이병원에서는 여러 진료과의 선생님들이 함께 진료해 주시니까, 한자리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모두 듣고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도 함께 조정해 주시니 훨씬 체계적이고 편리했어요. 희림이는 병원에 올 때마다 혈액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약을 조절하는데, 선생님들이 따로 진료를 보셨다면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다학제 진료에서는 모든 선생님이 같은 자리에서 함께 회의를 하듯 이야기를 나누고 진료를 봐주시니까, 엄마 입장에서도 훨씬 신뢰가 갔고, 중복 처방이나 빠진 부분 없이 잘 챙겨주신다는 안심이 들었습니다. 또 간호사 선생님들도 정말 아이를 내 아이처럼 정성껏 대해주셔서,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네,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 분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병원에 도착했던 날 밤 10시가 넘었을 때였는데, 소아소화기영양과 고홍 교수님께서 외부에 계시다가 병원으로 급히 오셔서, 아이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저희 부부에게 수술의 필요성과 상황의 심각성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요. 당시는 아이가 의식도 거의 없었고, 저희도 정신이 없던 상황이라 수술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며 진심을 다해 설명해 주시니까 그제야 마음을 정리하고 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밤새 모든 검사를 마치고, 다음 날 오전에 바로 수술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고,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기적 같아요. 아이 상태가 심각했음에도 빠르게 병원을 옮길 수 있었고, 병원에서도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수술 후에는 한두 달 입원을 예상했지만, 의료진이 정말 잘 돌봐주셔서 한 달도 채 안 되어 퇴원할 수 있었고,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빠르게 회복해서 지금은 거의 예전처럼 지내고 있어요. 아이도 너무 잘 견뎌줬고, 의료진의 헌신과 배려 덕분에 저희 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