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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가볍지 않은 문제, 소아비만을 다시 보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서정환 교수

성장기 아이의 체중 증가는 흔히 “크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은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꾸준히 증가하는 건강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그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고, 소아비만은 이제 외모나 체형의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인식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서정환 교수는 “소아비만은 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이라고 말한다.
성장과 성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기인 만큼, 소아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고혈압·당뇨·지방간과 같은 합병증이 어린 나이부터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의 현황과 특성, 동반 질환, 치료와 관리 방법, 그리고 흔히 오해되는 속설까지 차분히 짚어본다.
많은 주제 중에서 ‘소아비만’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최근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비만은 단순히 외모나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성인기까지 이어지며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아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아내분비과에서는 성장이나 사춘기와 같은 주제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비만은 그에 비해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성장 문제와 함께 비만 역시 매우 흔하게 접하는 질환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소아비만을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또한 소아비만은 개인의 관리 차원을 넘어, 아이와 가족,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이번 주제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의 현황은 어떠한가요?
교육부 학생건강검사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0여 년 사이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남아와 초등학교 고학년, 중·고등학생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일수록 비만율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학교 휴교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신체 활동량은 줄어들었고, 스크린타임을 포함한 정적인 생활이 늘어났습니다. 식사 시간과 수면 패턴 역시 불규칙해지면서, 결과적으로 과체중과 비만이 급격히 증가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생활습관의 변화가 누적되면서 비만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은 분명히 관찰되고 있습니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소아에서 비만은 단순히 체질량지수(BMI)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같은 성별과 연령 대비 BMI 백분위수를 기준으로, 85~94백분위수는 과체중, 95백분위수 이상은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치료 목표입니다. 소아는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체중을 유지하면서 키 성장을 통해 비만도를 낮추는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방세포의 특성입니다. 성인비만이 주로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형태라면,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의 수 자체가 늘어나는 ‘증식성 비만’의 경향을 보입니다. 이 때문에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체중 감량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소아비만은 더 이른 시점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소아비만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소아비만은 어린 나이부터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과 같은 다양한 대사질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면무호흡, 근골격계 문제,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과적 문제의 위험도 함께 증가합니다.
흔히 “어릴 때는 좀 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0세 이전의 아이에서도 이러한 합병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지방세포 수 자체가 늘어나는 특성상 오히려 성인비만보다 체중 조절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만 진료 시에는 체중 평가뿐 아니라 혈압, 혈당, 지질 수치, 간 기능 등 동반 질환에 대한 선별 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소아비만의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소아비만 치료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은 식이 조절과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관리입니다. 아이가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간식을 먹는 경우에도 가능한 한 건강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당류가 많이 포함된 음료나 고열량 가공식품은 제한하는 것이 좋고, 외식 빈도를 줄이는 것 역시 비만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신체활동의 경우 하루 최소 60분 이상의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단기간의 집중적인 운동보다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연령에 맞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역시 비만의 치료와 예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는 아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비만 환아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생활습관 개선에 참여할 경우 치료 효과가 훨씬 크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아이의 식사와 생활 리듬은 가족의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생활습관 관리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체중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는 성인에 비해 약물치료의 선택지가 아직 제한적이지만, 최근에는 12세 이상의 고도비만 청소년 중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를 대상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허가되어 저희 병원에서도 일부 환자에게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 역시 보다 심한 비만과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서, 다학제적 평가를 거쳐 매우 신중하게 결정됩니다.
다만 이러한 치료 방법들 역시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재발을 막기 어렵습니다. 결국 소아비만 치료의 중심에는 언제나 일상 속 생활습관 관리가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아비만 관리를 위해 개인과 가족 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을까요?
소아비만은 아이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학교와 지역사회, 정책적인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교, 보건소, 병원을 연계한 지역 기반 중재 프로그램이나 비대면 관리 방식이 소아비만 관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몇 달에 한 번 체중을 확인하는 것보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보다 자주 아이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실제 효과 면에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진료실에서 비만 환아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외부 연계 시스템은 의료진에게도 중요한 보완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양 상담이나 운동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정책적으로 지원된다면,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아이에게는 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또한 소아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합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 비만 관련 진료수가 신설, 영양 상담과 운동 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다층적인 접근이 병행될 때, 소아비만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살이 키로 간다’, ‘비만은 유전이다’와 같은 흔한 말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료 현장에서 보호자분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내용들입니다. 먼저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은 의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비만한 아이의 경우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판이 오히려 빨리 진행되고, 그 결과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면서 최종 키 성장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은 잘못된 속설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비만이 유전이라는 말 역시 일부는 맞고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가 비만한 경우 아이가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유전적 성향은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특정 유전자 이상과 관련된 증후군성 비만의 경우에는 유전적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아비만은 유전보다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훨씬 큽니다. 가족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아이에게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만은 유전이니 어쩔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우리 아이는 비만이지만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다”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 같은 키와 체중, 같은 BMI 백분위수라 하더라도 근육량이 많은 아이와 지방량이 많은 아이는 대사적 위험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는 체성분 분석과 같은 검사를 통해 보다 정밀한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다만 성장기 아이들의 체성분 비율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간헐적 단식이나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과 같은 유행하는 식사 방법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제한적인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지만, 아직 소아비만에서 표준적으로 권장되는 식이요법은 아닙니다. 소아는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성장과 발달, 학습을 위한 에너지 공급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소아비만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소아비만은 단순히 외모나 체형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소아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질환입니다. 따라서 “조금 크면 괜찮아질 것”이라거나 “나중에 빼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건강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아비만은 아이 개인의 의지나 성격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아이가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라고 보기보다는, 성장 과정 속에서 환경과 생활습관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아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아이에게 동반되는 합병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현재의 체중 상태가 성장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 역시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진료와 상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받고,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약 아이의 체중이 또래에 비해 다소 많아 보인다면, 영유아 검진이나 학교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의 체중 상태를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조기에 상태를 확인하고 개입할수록, 이후의 관리 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소아비만을 질병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아이와 가족, 의료진, 그리고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는 소아비만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관리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와 가족이 있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진료와 상담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정환 교수 소아내분비과
진료 분야 : 당뇨, 비만 및 대사질환, 갑상선, 저신장, 성조숙, 뇌하수체, 부신 및 기타 내분비 질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