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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몸을 가장 먼저 비추는 진단의 창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영상의학과 과장 이미정 교수




어린아이의 몸은 어른의 몸을 단순히 축소해 놓은 것이 아니다.
 장기의 크기와 위치, 기능은 물론이고, 질병이 나타나는 방식과 진행 속도까지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디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조차 쉽지 않은 나이의 아이들에게 진단은 언제나 더 많은 고민과 판단을 요구한다.

이런 진료 환경에서 영상의학은 소아 진료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피 검사로는 알 수 없는 몸속 변화를 영상으로 확인하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신호를 이미지로 읽어내는 과정이다. 

특히 소아영상의학은 단순히 ‘더 작은 몸’을 보는 일이 아니라, 성장과 발달, 선천적 특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분야다.

이미정 교수는 “소아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선명한 사진이냐가 아니라, 아이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가장 안전하게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같이 어린이병원 검사실에서 아이와 보호자를 만나며 진단의 첫 단추를 끼우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소아영상의학이 가진 역할과 의미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




소아영상의학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영상의학과는 영상으로 진단을 하는 과입니다.
 초음파, CT, MRI, 일반 촬영, 투시 검사처럼 다양한 영상 검사를 통해 몸속 상태를 확인하고 질환을 진단하게 됩니다.

성인 영상의학과의 경우에는 장기나 부위별로 세부 전공이 나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복부, 흉부, 근골격처럼 각 장기나 영역을 중심으로 전문화되어 있죠. 하지만 소아는 이런 구분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 환자들은 선천성 질환처럼 한 장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부위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복부, 흉부를 따로 떼어 놓고 보기보다는 전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많고, 체구가 워낙 작기 때문에 작은 구조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관찰도 필요합니다. 질환의 종류와 양상 역시 성인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영상의학과 내에서도 성인은 장기별로 나뉘지만, 소아는 연령 기준으로 구분해 만 18세 이하 환자를 모두 소아영상의학과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소아영상의학을 전공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전공의 시절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게 됐습니다. 아기를 낳고 보니 정말 너무 예쁘더라고요. ‘세상에 이런 존재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소아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검사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너무 작고 연약해 보이는데, 초음파 화면에서는 그 작은 몸 안의 구조들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그 대비가 굉장히 신기했고,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아영상의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 길을 걷게 됐습니다.




소아영상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환자를 직접 만난다는 점입니다.
 영상의학과는 기본적으로 영상을 보고 진단하는 과이기 때문에, 성인 영상의학에서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소아는 초음파 검사가 많은 편이라 검사 과정에서 아이를 직접 보게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성인의 초음파 검사는 주로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 많다 보니 진료실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조용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소아는 비교적 가벼운 질환도 많고,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병인지 잘 모른 채 웃거나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검사 중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동요가 흐르는 환경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검사실의 공기 자체가 훨씬 부드럽고, 아이들 덕분에 웃을 일도 많습니다.
 이 점이 소아영상의학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검사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구조가 워낙 작아서 장기 사이 간격이 매우 좁고, 지방층도 거의 없습니다.
 성인에 비해 움직임이 많고 호흡이 빠르기 때문에 영상이 흐려지거나 허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숨을 참고 검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잘 협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영유아일수록 이런 문제가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성인 영상을 주로 보던 의료진이 소아 영상을 보면 “잘 안 보인다”, “영상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검사 시간입니다.
 성인은 협조가 잘 되면 검사 시간이 비교적 일정하지만, 아이들은 울거나 보채며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안정시키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검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검사 과정 자체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어린이병원에서 영상 검사가 갖는 역할은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요?


조금 큰 아이들은 어디가 아픈지 말로 표현할 수 있지만, 어린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열이 나거나 보채는 것처럼 비특이적인 증상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합니다.

기본적인 피 검사를 통해 염증이나 감염 여부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는 있지만, 결과가 모두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가 실제로 아픈지, 어디가 문제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상 검사는 몸 안에서 실제로 염증이나 종양 같은 병변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성인 영상 검사가 암의 조기 발견이나 치료 반응 평가에 초점이 있다면, 소아에서는 진단의 가장 초반 단계에서 영상의 역할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소아영상의학은 진단의 시작점에 서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그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소아 영상검사의 종류와 선택 기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영상 검사는 크게 방사선을 사용하는 검사와 사용하지 않는 검사로 나뉩니다.
 소아는 체구가 작을수록 같은 방사선량에도 몸이 흡수하는 양이 많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방사선의 누적 위험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검사는 초음파와 MRI입니다.
 방사선을 사용하는 검사는 X-ray, CT, 투시 검사 등이 있습니다.

초음파는 방사선이 없고 진정 마취가 필요하지 않아 가장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검사입니다.
 MRI 역시 방사선은 없지만 검사 시간이 길어 어린 아이의 경우 진정 마취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초음파를 먼저 시행하고, 뼈나 공기처럼 초음파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X-ray로 보완합니다.
 추가 검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가능하면 CT보다는 MRI를 선택하는 편입니다.



연령에 따라 영상 검사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소아청소년의 기준은 만 18세까지이지만, 선천성 질환처럼 성인 진료과에서 잘 다루지 않는 질환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소아과에서 계속 추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린이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연령과 관계없이 함께 진료하고 있습니다.

영상 검사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은 단순한 나이보다는 아이의 협조 정도입니다.
 보통 8세 이하 아이들은 진정 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10세 이상이면 대부분 협조가 가능하지만 9세 전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진정 마취 여부까지 함께 고려해 검사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질환에 따라 어떤 영상 검사가 가장 잘 보이는지도 함께 판단해 담당 의료진에게 설명하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방사선 검사가 위험하다는 인식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X-ray 검사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비슷한 표준 검사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한 장을 찍을 때 들어가는 방사선량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CT는 방사선량이 많은 검사 중 하나입니다.
 CT 촬영 시 방사선량은 장비 설정과 검사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소아 영상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방사선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외부 병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저희 병원 기준보다 10배 이상 많은 방사선량이 사용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미지가 선명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아이가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방사선량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결국 영상을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지를 조금 더 좋게 볼 것인지, 아니면 다소 거칠더라도 방사선량을 줄일 것인지 선택의 문제인데, 저는 소아 환자의 경우 ‘제가 판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사선량’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의 영상은 다른 곳에 비해 화질이 좋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영상검사를 받는 아이들의 부모님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초음파 검사를 하다 보면 보호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말이 “괜찮나요?”입니다.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가장 먼저 나오게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상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아이의 상태를 한마디로 “괜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피 검사 결과도 함께 봐야 하고, 이전 검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진료실에 가셔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아이 상태가 궁금하신 보호자분들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렇게 말씀드릴 때마다 저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검사실에서 단편적인 설명을 드리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낳을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설명은 주치의 진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보호자분들께서 가장 크게 도와주실 수 있는 부분은 아이를 잘 달래주시는 것입니다.
 검사 환경에 아이가 안정될수록 검사는 훨씬 수월해지고,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어린이병원 20주년을 맞아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사실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죄송하다는 마음입니다.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아이들의 중증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영상 검사가 꼭 필요한 시점에 모든 아이들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초음파 장비를 더 늘린다고 해서 검사 여력이 바로 늘어나는 상황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지금의 인력과 구조 안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린이병원에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함께 버텨오고 있는 어린이병원 의료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영상의학과는 직접 환자를 진료하거나 치료하는 과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때 어떤 질환을 의심하고 있는지, 치료나 수술 이후 실제 경과가 어땠는지에 대한 정보와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영상 판독에서도 더 정확하게 포인트를 잡고, 다음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린이병원 교수님들은 이런 부분을 정말 잘 공유해 주십니다. 수술장에서 실제로 어떤 소견이 있었는지, 영상에서 보였던 소견이 진단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꾸준히 피드백해 주셔서, 저 역시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현실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현재 어린이병원 내에는 초음파, 엑스레이, 투시 장비는 있지만 CT와 MRI는 본관이나 암병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는 이동에 대한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CT나 MRI는 장비 회사와 모델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달라, 어떤 장비에서는 특정 소견이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검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환경이 결코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어린이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진단의 역할을 성실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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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교수 소아영상의학과

진료 분야 : 제1형신경섬유종증 다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