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환자들이요? 고민의 원천이자 보람의 근원이죠! 

신경계 질환을 앓는 어린 환자들의 든든한 버팀목 강훈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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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는 아주 특이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신경세포가 한번 망가지면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지는 않지요. 하지만 뇌신경세포가 얼마쯤 망가졌다 해도 아주 절망적인 건 아니에요. 살아남은 세포가 죽은 신경세포의 역할을 나눠 맡아주거든요. 이런 능력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크고, 열두 살이 넘으면 거의 사라집니다. 그러니 소아신경계 질환을 가졌다고 해서 너무 일찍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진인사대천명, 적당한 치료를 받으며 기다리다 보면, 뜻밖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어요.”


‘우리 뇌전증’이라고 했다. 똑똑히 들었다. 성인과 소아 가운데 어느 쪽을 치료하는 게 더 힘드냐고 물었을 때였다. 한 번뿐이었으면 잘못 들었으려니 하겠지만, 곧바로 ‘저희 아이들’이란 단어가 툭 튀어나왔다. 소아뇌전증 환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과 질병, 환자를 한 울타리에 넣어 규정하는 독특한 어법이다. 마치 집안과 자식 얘기하듯 질환과 환자를 설명하는 품새가 하도 살가워서 하마터면 “뇌전증을 앓는 자제를 두셨느냐”고 물을 뻔했다. 평생 연구하고 치료해온 질병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투다.

‘뿌리’라면 세브란스병원이 세워지던 그 시절을 말씀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논리와 합리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수두룩해요. 병원의 토대를 닦고 뼈대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에비슨 선교사는 소속 교단을 옮겨가면서까지 한사코 이 땅에 오고 싶어 했어요. 안식년으로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에도 건축가 친구에게 40병 상규모의 병원 설계를 부탁하고, 선교대회에 강사로 나서서 조선에 현대식 병원과 의학교육이 절실하다고 외쳤어요. 때마침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업가 세브란스 씨는 아시아 선교자금으로 준비해두었던 1만 달러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1904년, 병원이 완공될 때까지 총 45,000달러를 헌금했죠. 이분들이 그토록 이 땅의 백성들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헌신한 데는 아무 이유가 없어요. 무조건적이었던 거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저희 아이들’이라고 하시네요? 환자를 향한 애정도 명의의 조건인가 봅니다.
‘명의’는 가당치 않아요. 한껏 잡아야 ‘중견교수’ 정도겠죠. 그나마도 세브란스처럼 좋은 병원에서 일하는 덕분입니다. 저는 소아뇌신경계 질환을 다루는 의사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생기는 두통에서부터 운동장애, 유전대사성 또는 신경퇴행성질환, 뇌경색을 비롯한 뇌신경손상질환, 자가면역질환을 두루 다루지만, 환자 수와 의사의 역할을 감안하면 소아뇌전증을 주로 봅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는 세브란스가 자타공인 으뜸이거든요. 환자를 많이 대하니까 자연히 이런저런 경험을 쌓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풍부했고,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똑같은 뇌전증이라도 어른들보다 치료가 까다로울 것 같아요. 아직 작고 미숙하잖아요.
어른이나 아이나, 이 병이나 저 질환이나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쉽고 힘든 부분이 있는 거죠. 다만, 결정적인 지점을 포착해서 꼼꼼하게 대처해야 하는 부담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요. 소아질환에는 중요한 지점이 있어서 그 포인트에 어떤 조처를 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거든요. 타이밍과 적절한 처방이 모두 중요한데, 아기들은 일단 좋은 쪽으로 상태를 딱 꺾어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합니다. 반대쪽으로 기울면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견디는 능력이 부족하니까요.

병의 실체를 파악하고 치료의 타이밍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겠군요.
실체를 알아냈다고 해서 안심했다간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계속 변해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우리 뇌전증’도 그렇습니다.
뇌전증이란 한마디로 뇌가 쓸데없이 너무 흥분하는 질환인데,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츰 안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달장애 같은 흉터를 남기지 않고 상황이 정리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저희들의 목표는 상황을 깔끔하게정리해서 후유증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데 있습니다.

한 번의 판단으로 아기가 누릴 삶의 질이 확 달라질 판인데, 저라면 오금이 저릴 것 같아요.
그런 걸 포착하는 게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자 능력입니다. 아픈 아이를 많이 보다 보면 빨리 도와줘야 하는 상태를 가늠하는 감이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호자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기가 심하게 울면 아빠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의사는 내심 안심하거든요.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라면 아기는 축 처진 채 소리 내서 울지도 못하고 약한 신음만 뱉어낼 테니까요. 두려움을 물으셨지만, 겁나는 건 없어요. 이 일을 업으로 정하고 오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었잖아요. 다만, 무슨 병이든 다 고칠 수 있을 것만 같던 젊은 날의 자신감 대신 질환과 환자 앞에서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게 변화라면 변화겠죠.

보호자들을 대하는 것도 큰일이겠군요. 아빠 엄마들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잖아요.
예민하다기보다 절실하다는 편이 정확하겠죠. 자식의 문제니까요. 특히 엄마들의 모성애는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든 아이를 붙잡아보려는 절실함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심하면 심한 대로,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곧잘 예민해지죠. 반면에, 처음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하다가 점점 지쳐가고 체념하는 모습도 흔히 봅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일수록 더 그렇죠.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신경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아이들의 뇌신경계는 성숙 과정에 있고 대단히 역동적이어서 결과를 속단하지 말아야 해요. 예상외로 썩 잘 자라주는 친구들도 어렵잖게 볼 수 있거든요.

교수님께는 환자가 그야말로 고민의 원천이겠어요.
보람과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죠. 세가와병으로 오래 고생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정확하게 진단하고 약물을 처방하면 멀쩡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자였지만, 청소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그렇게 절뚝거리며 살다가 담당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우리 병원을 만났고 단번에 멀쩡해졌거든요. 이렇게 치료가 잘된 사례는 한도 끝도 없이 많지만, 그건 두고두고 곱씹을 일은 아니죠. 의사가 해야 할 일을 한 셈이니까요. 정작 마음에 오래 남는 건 역시 흡족하게 치료해주지 못한 경우들입니다. 아주 드문 일이라 할지라도, 저 때문에 환자 상태가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저러한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했더라면 하는 자책과 회한,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죠.


뇌신경계 질환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어린 환자들이라 기능이 최대한 보전되도록 관리해줘야 합니다. 다행히 연관된 여러 학문들이 발달하면서 소아신경과학 분야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소아뇌전증
치료의 궁극적 목표, 발달장애 최소화

난치성 소아뇌전증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의료진과 보호자, 환자가 한 팀이 되어 함께 노력해가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궁극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훈철 교수(소아신경과) 포토그래퍼 최재인 

병의 종류와 진행 양상, 원인 모두 다양
뇌전증은 신경세포의 기능적,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과도한 전기 방출을 일으켜 반복적인 발작을 유발하는 뇌의 만성적 질환으로, 환자 수가 전체 인구의 1%까지도 보고되고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호발하는 특성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기에는 더 많은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아뇌전증은 종류도 다양해서 약 30여 가지의 뇌전증 증후군이 있다. 심지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한두 번 발작 이후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뇌전증부터,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기 힘들고 또 조절되더라도 결국 정신지체가 발생하는 뇌전증까지 병의 종류와 진행 양상이 현저히 다르다. 원인 또한 유전적 결함, 선천성 뇌기형, 대사장애, 분만 시 뇌손상, 중추신경계 감염, 뇌혈관 기형과 뇌외상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발달된 뇌신경 영상검사로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미세한 병변도 발견하고 있다. 특히 유전체 분석 기법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원인 불명으로 구분되던 환자들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는 경우도 흔하며, 그중 일부에서는 치료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뇌전증 약물을 3가지 정도 사용해도 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약물을 추가 또는 변경하더라도 뇌전증이 조절될 확률이 거의 없다. 이러한 난치성 뇌전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전체 뇌전증 환아의 약 30% 정도이며, 소아뇌전증에서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대부분이 정신지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한다. 


인지발달 유지, 발작 조절보다 더 중요한 목표
소아뇌전증 치료 종류에 앞서 먼저 알아둬야 할 중요한 개념이 있다. 소아뇌전증 치료에서 발작 조절이 중요하지만 궁극의 목표는 발달, 특히 인지발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미성숙 상태로 태어나 소아청소년기를 거치며 완성된다. 따라서 이렇게 뇌신경계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발생하는 소아뇌전증은 발달장애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고, 발달장애 특히 인지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소아뇌전증의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요법, 식이요법, 뇌전증 수술, 미주신경자극술로 나눌 수 있다. 1980년대 이전에는 뇌전증 치료 약물이 대여섯 종류에 불과했으나, 최근 20년 동안 10가지 이상의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어 다양한 종류의 뇌전증에서 효과를 보고 있으며 부작용도 개선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항뇌전증 약물을 3가지 정도 사용해도 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약물을 추가 또는 변경하더라도 뇌전증이 조절될 확률이 거의 없다. 이런 난치성 뇌전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전체 뇌전증 환아의 약 30% 정도이며, 소아뇌전증에서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대부분이 정신지체가 발생 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한다.




난치성 소아뇌전증 치료의 선두주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뇌전증클리닉

_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난치성 소아뇌전증 환아의 임상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최신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활용해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규명,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_ 최신 시설의 비디오뇌파검사(video EEG monitoring)를 비롯해 다양한 최신 영상검사 기법으로 뇌전증의 주요원인 질환인 대뇌피질이형성증을 비롯해 대뇌의 뇌전증 병소들을 정확히 진단, 전체 수술 환아의 80%에서 완치 성적을 보고하고 있다. 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술이 불가능했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에서도 약 60%의 뇌전증 완치 성적을 보고하고 있다.
_ 케톤 생성 식이요법, 엣킨스 식이요법 등 다양한 식이요법을 국내 최초로 시행, 가장 많은 임상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항뇌전증 약물의 5-6배에 이르는 뇌전증 완해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아울러 식이요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토콜을 개발, 시행 중이다.
_ 신경과, 신경외과, 신경영상의학과, 신경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임상심리실, 재활의학과, 영양팀 등과 유기적인 협진이 가능하다. 또한 효과적이고 신속한 진료를 위해 소아뇌전증 전문 간호사와 뇌전증 상담 코디네이터가 보호자와 적극 소통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보호자 교육과 상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 논란, 전문가의 개입이 중요한 이유
난치성 소아뇌전증 치료를 위해 앞서 언급한 비약물 치료법을 바로 적용할 수도 있지만, 그전에 새로 개발된 여러 약물을 사용해볼 수 있다. 그중에는 논란이 되었던 의료용 대마도 포함된다. 보호자들은 절실한 마음에 새로 개발된 약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그러나 약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대마를 예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사실 대마는 특별한 뇌전증 치료 약물이 없던 과거부터 민간요법으로, 그리고 당시 의사들에 의해 뇌전증 치료제로 사용돼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대마라는 선정성 때문인지 의사들이 의료용 대마에 주목하기도 전에 먼저 대중들과 대마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시민사회와 정치인들이 대마에 관심을 가졌다. 이로 인해 대마에 대한 과대평가와 더불어 잘못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간 면이 있다.
의료용 대마에는 중요한 성분으로 cannabidiol(CBD)과 tetrahydro-cannabidiol(THC)이 있다. 대마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인 환각작용은 THC 성분 때문이며, 다행히 뇌전증 치료제로 인정된 CBD 성분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기존에 기대했던 것과 달리, 최근 개발된 항뇌전증 약물에 비해 대마가 월등한 효과는 없다.
일부 비전문가들은 THC를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데, THC는 환각작용의 부작용으로 더욱더 조심히 다뤄야 하며, 뇌전증에서는 효과보다 오히려 발작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물질이다. 의료용 대마 논란은 새로운 뇌전증 치료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케톤 생성 식이요법, 지방 섭취로 항뇌전증 효과 유도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소아뇌전증 치료를 위한 케톤생성 식이요법은 최근 25년 동안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며, 특히 세브란스병원이 국내외를 선도하고 있는 치료 분야다. 케톤생성 식이요법은 지방이 전체 식이 칼로리의 90% 이상을 차지 하도록 식단을 구성해 혈중 케톤을 발생시켜서 항뇌전증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 방법으로, 새로운 항뇌전증 약물 사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치성 경과를 보이는 일부 소아뇌전증 환아에서 획기적인 뇌전증 조절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항뇌전증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을 미리 예견하고 예방하며, 또 발생한 부작용을 관리하는 요령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의 부작용을 줄이고 좀 더 쉽게 유지하기 위해 흔히 비만 치료에 이용되던 엣킨스 식이요법(일명 황제 다이어트)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고전적 케톤식이와 동일하게 탄수화물은 제한하고, 대신 지방과 함께 단백질 공급을 증가시킨 변형된 엣킨스 식이요법이다.

수술,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제거
수술은 약물과 식이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의 발생 부위를 제거하고 더불어 수술로 인한 뇌기능 손상이 심각하지 않을 때 시도할 수 있다. 최근 뇌전증 발생 부위를 평가하기 위한 신경 영상검사의 눈부신 발전과 수술 제반 시설의 개선으로 뇌전증 수술 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대표적 난치성 뇌전증 가운데 하나인 영아연축과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역시 과거에는 전신 뇌전증으로 여겨져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다양한 신경 영상검사와 비디오뇌파검사의 도움으로 뇌전증 발생 부위를 국소화할 수 있으며 조기 수술이 가능하다.
신경 조절 시술법의 일환으로 미주신경자극술도 시행되고 있는데, 수술이 불가능하고 약물치료나 식이요법에도 난치성 경과를 보이는 환아에서 뇌전증 조절 효과뿐 아니라 인지행동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지방이 전체 식이 칼로리의 90% 이상을 차지하도록 식단을 구성해 혈중 케톤을 발생시켜서 항뇌전증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법으로, 새로운 항뇌전증 약물 사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치성 경과를 보이는 일부환아에서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을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요령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