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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신생아 퇴원 후 가이드
신생아과 신정은 교수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은 생명의 출발점에서
위기를 맞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미숙아부터 복합 기형을 가진 아이들까지,
다양한 고위험 신생아들이 이곳에서 생애 첫 치료를 받는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신정은 교수는
NICU와 고위험 신생아의 퇴원 이후까지 긴 호흡으로 아이와 부모를 돌보고 있다.
그녀가 전하는 진료 현장의 이야기와 부모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는 어떤 아이들이 들어오나요?
‘신생아’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출생 예정일을 기준으로 생후 28일까지의 아기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된 아이들이 어떤 문제로든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면, 대부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처음 입원을 하게 됩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생애 초기의 응급 상황을 관리하는 공간입니다. 아이가 조산으로 태어나거나, 호흡 곤란, 감염, 기형 등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경우,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게 됩니다.
미숙아, 복합 기형 등 고위험 신생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는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입원하지만, 그중에서도 저희가 가장 많이 돌보게 되는 아이들은 단연 미숙아입니다.
보통 임신 40주를 만삭이라고 하고, 37주부터를 만삭나이 범주에 포함시킵니다. 따라서 37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미숙아로 분류됩니다. 미숙아 중에서도 35주 이상이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일반 신생아실에 갈 수 있지만, 34주 이전에 태어난 경우는 호흡기, 소화기를 포함한 신체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인큐베이터 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임신 32주 미만, 출생 체중이 1,500g 미만인 아이들은 ‘극소 미숙아’로 분류되며, 이 아이들은 호흡이나 체온 유지, 먹는 기능 등이 미숙해 의학적으로 더 섬세한 처치가 요구됩니다. 감염, 출혈, 뇌손상, 만성폐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보다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죠.
‘복합 기형’도 고위험 신생아 중 대표적인 질환군입니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둘 이상의 주요 장기에 이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로, 외형상의 문제뿐 아니라 내부 장기의 형태 및 기능에도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도, 폐, 위장관, 신경계 등 다양한 장기에 걸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여러 번의 수술과 장기간의 다학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고위험 신생아들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친 집중 치료와 여러 의료진의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상태를 안정시켜야 퇴원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죠.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서 퇴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퇴원은 아이의 건강 상태가 안정되었을 때 가능하지만, 그 기준은 단순히 병이 나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아이가 인큐베이터라는 보호 환경에서 벗어나도 체온, 호흡, 혈압 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도와 습도, 모니터링이 철저한 환경을 떠나, 일반적인 바깥 환경에서도 생활이 가능해야 하죠.
그다음 단계에서는, ‘바시넷’이라고 부르는 일반형 침상에서 지내면서, 부모님이 직접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해보는 등의 연습이 시작됩니다. 즉, 아이가 건강해져 일반적인 수유가 가능해지고, 숨도 편하게 쉴 수 있으며, 부모님 품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일 때 퇴원 준비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퇴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떤 아이들은 기관절개와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고, 입으로 충분히 먹지 못해 위관영양 튜브를 통해 수유를 이어가야 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가래를 주기적으로 흡인해야 하거나, 호흡이 불안정해 집에서도 긴급 상황을 대비해야 하죠.
이러한 경우, 단지 아이의 상태 호전만으로는 퇴원이 어렵고, 부모님의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님께서 아기의 상태를 관찰하고, 위관 수유나 응급 처치를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교육받고 숙련되어야 퇴원이 가능합니다.
결국, 아기가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전제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그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는 부모님의 역량이 준비되었는지입니다. 의료진은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 퇴원을 결정하게 됩니다.
고위험 신생아의 퇴원 이후, 추적 진료에서는 어떤 내용이 진행되나요?
고위험 신생아는 퇴원 당시에는 생후 한 달을 넘긴 경우가 많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여전히 미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퇴원했다고 해서 관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신생아과 외래를 통해 추적 진료를 받게 됩니다. 이는 최소 생후 2년, 경우에 따라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아기, 즉 돌 이전의 시기는 아이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여러 진료과를 다니기 때문에, 신생아과를 중심으로 호흡기, 소화기영양, 신경, 재활,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함께 협력하게 됩니다.
각 진료과가 맡은 영역을 전문적으로 살피지만, 이 아이를 전체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보고, 전반적인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부터 아이를 돌봐온 신생아과 의료진입니다. 그래서 신생아과는 추적 진료의 중심이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희는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 각 시점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합니다. 또 수유 방법이나 식이법은 시기별로 계속 바뀌기 때문에, 현재 아이의 상태와 나이를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안내드리죠.
영아기에는 예방접종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보호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오가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내원 횟수를 최소화하면서도 필수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료와 예방접종을 함께 진행하는 등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숙아 중에는 처음에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발달 지연이나 경계선 인지 기능을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닐지라도, 부모님은 일상 속에서 아이의 미세한 이상을 느끼고 많은 고민을 하십니다.
저희는 정기 추적 진료를 통해 부모님께 발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고, 상황에 따라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면 바로 해당 진료과로 연계해 드립니다. 촘촘한 추적관리를 통해 발달 지연이 심해지기 전에 중재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또한 아이를 처음부터 지켜봐 온 의료진이라는 점에서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많은 정서적 의지를 하십니다. 꼭 약을 처방하지 않아도, 면담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고 가시는 경우가 많죠. 저희는 그것 역시 진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와 가족을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
고위험 신생아를 돌보는 부모님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고위험 신생아의 부모님들은 정말 많은 걱정을 하십니다. 치료 과정도 어렵고, 아기를 집으로 데려갔을 때 잘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크죠. 실제로 퇴원 직전까지 “정말 괜찮을까요?”, “저희가 잘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집에 돌아가서 아기와 생활을 시작하신 후에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하십니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시던 분들이, 어느 순간에는 저희 의료진보다 더 숙련된 모습으로 아기를 돌보시기도 해요.
그래서 아직 퇴원 전인 부모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 상황이 아무리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세상 누구보다 내 아이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부모님들께 의료진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저희 의료진은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지만, 집에서의 돌봄은 훨씬 더 넓고 깊은 역할을 요구합니다.
부모님과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 사랑, 관심이 아이의 성장에 주는 힘은 우리가 그 어떤 치료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부모님들의 노력이 얼마나 큰지 저희는 매일매일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단, 오랫동안 많은 것을 참아내시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지쳐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꼭 의료진에게 말씀해 주세요. 양육과 치료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돌보는 것도 진료 과정의 일부입니다. 함께 해결책을 찾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저희가 곁에 있겠습니다.
진료하면서 보람 있었던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사실 모든 환자 한 명 한 명이 다 저에게는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사례입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남는 아이들은 오랜 시간 힘든 치료를 함께 이겨내고, 결국 건강하게 퇴원한 경우들입니다.
제가 신생아과 교수로 첫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만난 아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여섯 살이 되었어요. 그 아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상태가 매우 위중했기 때문에, 두 달 가까이 부모님께 “아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드려야 했습니다. 열 번도 넘게요. 그런 이야기를 드리는 저희도 마음이 무거웠고, 부모님도 아마 매번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셨을 겁니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흔들림 없이 의료진을 믿고 치료 방향에 협조해 주셨고, 결국 그 아이는 모든 고비를 이겨내고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외래 진료 때 제 이름도 부르고, 저를 보면 달려와 안아주기도 합니다. 옆에서 밝은 얼굴로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님 모습을 보면, ‘정말 단단한 가족의 힘이 이 아이를 여기까지 이끌었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집니다.
최근에는 어렵게 임신을 유지하다 23주 만에 아기를 출산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하늘나라로 떠났고, 남은 한 아이를 위해 부모님과 저희는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치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 속에서, 부모님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 과정을 함께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삶의 굴곡을 함께 견뎌낸 가족과 의료진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지나며 부모님과 아이를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의료진으로서 큰 축복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질문이 있다면요?
퇴원 후 첫 외래에 오시는 부모님들은 대부분 비슷한 마음이세요. “이렇게 돌보는 게 맞는 걸까요?”, “혹시 잘못해서 우리 아이에게 해가 되진 않았을까요?” 하고 자책하거나 점검받고 싶어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말씀드립니다. 아이에게 해를 끼치려는 마음이 있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고요. 조금 서툴 수는 있어도, 부모님의 진심이 담긴 돌봄은 그 자체로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아기를 데려가시는 순간부터, 그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또 하나 자주 받는 질문은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입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생애의 시작부터 위기와 마주한 경우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모든 삶이 걱정된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특히 뇌 손상, 기형 등의 진단을 받게 되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일찍부터 먼 미래를 부정적으로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누구도 1년 뒤, 10년 뒤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각 아이의 임상경과는 교과서나 통계자료의 평균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아이의 미래를 아시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항상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의료진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며 살아가지만, 부모님은 최고의 결과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0년, 20년 후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내일, 그리고 다음 주, 다음 달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걸어가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자라고 있고, 지금의 걱정은 그저 작은 조각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렵고, 때로는 너무도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단단한 여정을 함께한 존재들입니다.
아이를 치료하면서, 저는 부모님의 성장도 지켜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울먹이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묻던 부모님들이, 나중에는 누구보다 능숙하게 아기를 안고, 먹이고, 치료 일정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사랑과 강인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고위험 신생아를 돌보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때로는 최고의 부모가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게 해내고 계신 거라고요.
신정은 교수 신생아과
진료 분야 : 신생아, 미숙아 질환, 육아지도, 고위험신생아 추적 진료,
심장질환을 동반한 신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