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막척수류 환아,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K-의술과 JYP 후원이 만든 기적


세브란스병원이 필리핀에서 온 수막척수류 환아를 초청해 치료했다. 수술 비용은 JYP엔터테인먼트가 전액 후원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동석 교수 

10살 필리핀 소녀 조안나(Babaran Johanna Lyn Fuentes)는 신경관이 닫히지 않은 상태로 태어났다. 신경관은 뇌와 척수 발달의 기초가 되는 구조로 임신 초기 약 3~4주 사이에 닫혀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경관 결손 질환이 발생한다.


신경관이 머리 쪽에서 닫히지 않으면 무뇌증이 생길 수 있고, 허리 쪽에서 닫히지 않으면 수막과 척수가 몸 밖으로 돌출되는 ‘수막척수류(Myelomeningocele)’가 발생한다. 수막척수류는 출생아 1000명 중 1명 이하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수막척수류 환자는 하지 마비와 근력 저하, 배설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출생 직후 신경관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조안나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쳤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소아신경외과와 소아재활의학과, 비뇨의학과 등 여러 전문 진료과가 함께 치료하는 다학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안나는 하반신 마비로 부모의 도움에 의지해 생활하며 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최근에는 등에 돌출된 척수 신경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노출된 신경 때문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면서 앉는 것은 물론 똑바로 눕는 것도 어려워졌다. 결국 학업을 중단한 채 밤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조안나의 사정을 처음 알린 사람은 필리핀 빈민촌에서 사역하던 이정현 선교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였다. 이 선교사는 세브란스병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은 조안나를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는 세브란스병원이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의료 지원 사업이다. 의료 취약국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과 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술은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김동석 교수가 집도했다. 김 교수는 척수관이 닫히지 않아 밖으로 돌출된 수막류 주머니를 먼저 정리하고, 주머니 안에 있던 신경 조직을 주변 조직과 분리한 뒤 원래 있어야 할 척추 내부로 다시 위치시켰다. 또한 외부 자극으로 인한 추가적인 신경 손상과 감염을 막는 데 집중했다.


수술 전 조안나는 등에 돌출된 수막류 때문에 바로 눕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수술 이후 빠르게 회복하면서 현재는 바른 자세로 누워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김동석 교수는 환송회에서 “어린 시절 수술을 받았다면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환아가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필리핀에 돌아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가 과거 선교사들에게서 받은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사업을 통해 해외 환자들에게 다시 나눌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조안나는 “치료해 주신 세브란스 선생님들께 살라맛(감사합니다)”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번 조안나의 수술 비용은 JYP엔터테인먼트가 전액 후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세의료원과 ‘EDM(Every Dream Matters·세상의 모든 꿈은 소중하다)’ 사회공헌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취약계층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7억 원을 기부했다. 선천성 심장병 ‘팔로 네 증후군’을 앓던 필리핀 환아 치료도 지원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동석 교수 프로필]